一사주는 태양의 달력을 씁니다
흔히 사주는 음력으로 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사주의 해와 달을 가르는 기준은 달의 차고 기움이 아니라 태양의 움직임, 곧 절기(節氣)입니다. 절기는 하늘에서 태양이 지나는 길(황도)을 15도씩 스물넷으로 나눈 눈금으로, 태양이 황경 315도를 지나는 순간이 입춘, 0도가 춘분, 90도가 하지입니다. 계절의 실제 리듬을 따르는 태양력이지요.
왜 태양일까요. 명리학이 읽으려는 것이 계절의 기운 — 봄의 목, 여름의 화, 가을의 금, 겨울의 수 — 이기 때문입니다. 한 해 농사와 만물의 성쇠는 달의 모양이 아니라 태양의 높이를 따라 돌기에, 기운의 달력인 사주도 태양을 기준 삼는 것입니다. 음력이 쓰이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생일을 음력으로 기억하는 분의 날짜를 양력으로 환산할 때, 그리고 명절 같은 세시풍속이지요.
二절과 중기 — 달을 가르는 것은 '절'
스물넷 눈금은 절(節) 열두 개와 중기(中氣) 열두 개가 번갈아 놓입니다. 사주의 달을 바꾸는 것은 이 가운데 절입니다. 입춘이 드는 순간 인월(寅月)이 시작되고, 경칩이 드는 순간 묘월(卯月)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달이 바뀌는 것을 절에 들어선다 하여 절입(節入)이라 부릅니다. 아래 표에서 붉게 표시한 것이 달을 바꾸는 열두 절입니다.
| 사주의 달 | 절 (달의 시작) | 양력 무렵 | 중기 | 양력 무렵 |
|---|---|---|---|---|
| 인월 寅 (범달) | 입춘 立春 | 2월 4일 | 우수 雨水 | 2월 19일 |
| 묘월 卯 (토끼달) | 경칩 驚蟄 | 3월 6일 | 춘분 春分 | 3월 21일 |
| 진월 辰 (용달) | 청명 淸明 | 4월 5일 | 곡우 穀雨 | 4월 20일 |
| 사월 巳 (뱀달) | 입하 立夏 | 5월 6일 | 소만 小滿 | 5월 21일 |
| 오월 午 (말달) | 망종 芒種 | 6월 6일 | 하지 夏至 | 6월 21일 |
| 미월 未 (양달) | 소서 小暑 | 7월 7일 | 대서 大暑 | 7월 23일 |
| 신월 申 (원숭이달) | 입추 立秋 | 8월 8일 | 처서 處暑 | 8월 23일 |
| 유월 酉 (닭달) | 백로 白露 | 9월 8일 | 추분 秋分 | 9월 23일 |
| 술월 戌 (개달) | 한로 寒露 | 10월 8일 | 상강 霜降 | 10월 23일 |
| 해월 亥 (돼지달) | 입동 立冬 | 11월 7일 | 소설 小雪 | 11월 22일 |
| 자월 子 (쥐달) | 대설 大雪 | 12월 7일 | 동지 冬至 | 12월 22일 |
| 축월 丑 (소달) | 소한 小寒 | 1월 6일 | 대한 大寒 | 1월 20일 |
양력 날짜는 해마다 하루 이틀 오갑니다. 절기는 '날'이 아니라 태양이 그 각도를 지나는 '시각'이어서, 같은 입춘날이라도 절입 시각 전에 태어나면 아직 전년의 축월입니다.
三해는 왜 입춘에 바뀌는가
사주의 새해는 입춘 절입 시각에 시작됩니다. 이를 입춘세수(立春歲首)라 합니다. 한 해의 첫 달이 봄기운이 처음 움트는 인월이니, 그 첫 절기인 입춘이 곧 설이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양력 1월생과 2월 초 출생자는 흔히 아는 띠와 사주의 띠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느 해 1월에 태어난 분은 달력으로는 새해지만 사주로는 아직 전년 — 앞 해의 간지로 년주가 세워지고 띠도 앞의 띠가 됩니다. 오류가 아니라 명리학의 원칙입니다.
참고로 유파에 따라 동지를 새해의 문턱으로 보는 동지세수설도 있습니다. 동지가 밤이 가장 긴 날 — 음이 극에 달해 양이 처음 돋는 순간이라는 이유인데, 오늘날 통용되는 만세력과 이 사이트는 널리 쓰이는 입춘세수를 따릅니다.
四절기와 대운수 — 운의 시계도 절기가 감습니다
절기는 명식을 세울 때만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몇 살부터 대운이 들어오는지를 나타내는 대운수가 바로 절기에서 나옵니다. 태어난 시각부터 다음 절입까지 (순행) 또는 지난 절입까지(역행)의 날수를 세어 3으로 나눈 값이 대운수 — 사흘이 일 년으로 환산되는 셈입니다. 절기 직후에 태어나면 대운이 늦게, 절기 직전에 태어나면 일찍 들어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달마다의 월운 경계도 물론 절입니다.
五윤달 이야기 — 무중치윤법
음력 생일을 양력으로 바꾸다 보면 윤달을 만납니다. 음력 열두 달은 약 354일로 태양의 한 해보다 11일쯤 짧아, 두세 해마다 한 달을 끼워 넣어 계절과 맞춥니다. 이 윤달을 어디에 넣을지 정하는 규칙이 무중치윤법(無中置閏法) — 중기가 들지 않은 달을 윤달로 삼는 법입니다. 달의 길이는 일정한데 중기 사이 간격이 더 길어질 때가 있어, 어떤 음력 달에는 중기가 하나도 들지 않는 일이 생기는데 그 달이 윤달이 됩니다.
윤달은 같은 이름의 달이 한 번 더 도는 것이라 "덤 달", "썩은 달"이라 불리며 탈이 없는 달로 여겨졌습니다. 사주에서는 윤달 출생이라 해서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 명식의 달은 어차피 음력이 아니라 절기로 세워지기 때문입니다. 윤달에 태어난 분은 음력 생일을 입력할 때 윤달 표시만 정확히 해 주면 됩니다.
六경계에서 태어난 분들께
절입 시각 언저리 — 이를테면 입춘날 아침 — 에 태어난 분의 명식은 만세력의 정밀도에 따라 년주와 월주가 통째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중 만세력은 절기 시각을 표로 싣지만 기준(표준시, 계산 정밀도)이 제각각이라 드물게 하루가 어긋납니다. 이 사이트의 사주 세우기는 절기 시각을 태양 황경으로, 음력을 합삭 시각으로 직접 천문 계산해 분 단위의 경계까지 반영합니다.
그래도 출생 시각 자체가 불확실한 경계 출생이라면, 두 날짜로 모두 명식을 세워 보고 어느 쪽 풀이가 자신과 더 닮았는지 견주어 보는 것이 전통적인 지혜입니다. 사주는 결국 나를 비추는 거울이니, 거울이 둘이면 둘 다 들여다보면 됩니다.